불곰사업 - K방산 도약의 전환점 그리고 북방정책(T-80u, Ka-32 등)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은 서구 중심 자유진형 국가 위주의 외교관계에서 벗어나 당시 냉전으로 거리를 두고 있던 공산진영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개혁, 개방의 흐름 속에서 1990년에는 소련 그리고 1992년에는 중국과 수교하여 체제경쟁 중이던 북한과 이미 벌어진 경제력은 물론이고 국제관계에서도 일방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고르바초프와 악수하는 노태우

수교의 대가

노태우정부는 소련과 수교를 하면서 소련 측의 요청에 따라 3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한다. 이는 1990년도 기준 2,834억 달러였던 대한민국 GDP의 1%가 넘는 엄청난 액수였다. 차관은 순차적으로 보내졌고 1991년 말 14억 7,000만 달러가 지급된 상태에서 소련이 붕괴하여 잔여분은 지급 중단된다. 국제관계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등 외교적 이득은 상당했으나 경제력 대비 너무도 위험한 액수의 차관으로 국내의 비판이 있었다. 국제법상 소련의 채무 상환 등의 의무를 계승한 러시아 정부는 현금과 원자재(알루미늄)로 일부 상환하였으나 러시아의 경제도 파탄 상태로 어려움을 겪어 나머지 차관의 상환이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불곰사업의 탄생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금이나 원자재 대신 공산품(방산물자,헬기)으로 상환하길 원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막장인 러시아의 경제상황을 볼 때 공산품(방산물자)으로라도 상환받지 않으면 배 쨀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이를 받아들여 원금과 연체 이자 4억 5,000만 달러 중 일부를 방산물자로 상환받기도 하는데 이를 '불곰사업'이라고 한다. 

T-80U

BMP-3

1차 불곰사업	T-80U 전차 : 33대 BMP-3 장갑차 : 33대 Metis-M 대전차미사일 : 발사기 70문 / 탄약 1,250발 이글라 맨페즈 대공미사일 : 발사기 50문 / 탄약 700발 + 미상의 순항미사일 완제품    (정식 사업 품목에는 없었으나 사업분위기 속에서 100만달러에 민간업자가 밀반입(!)
2차 불곰사업	T-80UK : 2대 BMP-3 장갑차 Metis-M 대전차미사일 : 발사기 156문 / 탄약 11,500발 무레나 공기부양정 : 3척 IL-103 훈련기 : 23대 Ka-32A 다목적헬기 ANSAT 다목적헬기 : 6대
3차 불곰사업	2019년 러시아측에서 카모프 소방헬기로 상환하는 제의가 있었으나 계속 논의중.

Ka-32

불곰사업의 의의

• 군사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준게 사실이다. 국군은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제 무기를 운용하기 이전에는 미국제 무기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T-80 전차를 테스트해 본 후 화력이나 자동장전장치 등 우수한 성능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K-2 흑표전차나 K-21 장갑차의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어 현재  K-방산의 도약에 중요한 포인트를 제공했다. 특히 국산 천궁/신궁 등의 미사일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러시아 무기를 기반으로 무장되어 있는 북한군의 전술 및 교리/교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불곰사업을 통해 들여온 전차와 장갑차는 실제 북한군이 운용하는 무기체계보다 우위에 있기는 하다.)
• Ka-32는 러시아에 이어 많은 운용대수를 자랑하는 헬기이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측풍에 강하고 견인력이 뛰어난 Ka-32는 산불 진화용으로 특화되어 있다. 산림청 등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3차 불곰사업을 제안했을 정도.
• 사실 이 사업의 가장 큰 효과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중단시킨 것이다. 북한은 불곰사업이후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할 수 없었고 자체적으로 무기 개발을 하거나 일부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부적인 거래는 있을 수 있으나 중요 무기체계로서 드러난 사안은 없다.)